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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번역 피드백...

번역

by 지지에이치 2023. 6. 1. 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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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번역에 대한 피드백에 대해 돌이켜본다.
 
우리나라는 한자 문화권인 머나먼 동쪽의 아시아 국가임에도, 역사적으로 미국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어릴 때부터 영어를 배우고 잘하면 능력으로 인정받는다. 그리고 영어 학습의 기간도 상당하다. 초등학교 1학년부터 배운다고 가정해도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대학교 4년까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사회에 나가기 전까지 약 16년 동안이나 영어를 학습한다. 놀라운 시간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에서 영어라는 언어는 사람들에게 장벽으로 느껴지기도 하지만, 너무나 익숙한 언어이기도 하다.
 
온갖 미디어에는 일본어의 잔재는 배척하는 경향이 있지만, 영어 외래어는 오히려 그 반대인 경우가 많다. 제품의 이름이 영어식 표현이거나, 상점의 상호가 영어식 표현인 경우 크게 위화감을 느끼지 못하고, 오히려 멋있게 잘 붙인 이름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영어에 대한 사대주의 같은 것인지 아니면 16년 이상의 영어 학습으로 인해 영어를 잘하든 못하든 상관없이 그러한 영어식 표현에 대해 한국어보다도 쉽게 받아들인다.
 
이상한 나라다.

 
번역과 관련해서는 이러한 영어에 대한 익숙함이 적어도 영어를 한국어로 바꾸는 경우에 있어서는 조금은 얕잡아 보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한국의 여러 기업에서는 전문 번역업체에 번역을 의뢰한 후 결과물을 받으면, 번역본에 엄청난 수정을 퍼붓는다. 심한 경우 학습지의 첨삭 지도를 연상케 할 정도도 있다.
 
왜일까?
 
왜, 그렇게나 많은 번역 수정을 해주는 것일까? 그런 피드백을 받으면 숨이 막힌다. 왜냐하면 곧바로 전화 통화를 하게 되는 경우가 많고, 이렇게나 많은 수정이 필요한 이유가 무엇이냐며 따져 들기 때문이다. 그들은 영어 박사인 걸까? 아니면 16년 이상 영어를 학습한 것을 이번 기회에 써먹는 것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자신이 열심히 일을 하고 있다고 상사에게 보여주기 위한 일종의 쇼인가?
 
이유는 모른다. 하지만, 이러한 경우 높은 확률로 번역본의 출력물에 피드백을 볼펜으로 주거나, 스캔본 PDF 파일에 피드백을 주는 경우가 많다. 지금은 2023년이다. 그리고 10년 전이라고 해도 2013년이다. 2013년에는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한국 축구가 동메달을 따냈고, 지금은 많은 사람에게 잊혀진 블랙베리 Q10이 출시되었고, GTA5가 출시된 해다.
아날로그는 일본의 문화가 아니었던가?
 
누구든 번역 결과물을 납품한 후에는 이런저런 피드백을 받게 된다. 그중에서도 한국 고객을 상대하다 보면 진이 빠진다. 뭐, 다들 영어를 잘하나보다 하며 넘겨야 한다. 이 번역은 내가 한 번역이 아니다... 난 프로젝트 매니저다... 번역가들에게 혼꾸멍을 내겠습니다... 잘못했습니다... 살려주세요... 등등의 표현으로 고객에게 정말 영어 실력이 뛰어나시군요. 제가 몰라뵀다라는 표현도 서슴없이 해줘야 한다. 돈 벌기가 그렇게 어려운 일이다. 상처받지 말고, 넙죽넙죽 고개를 떨굴 줄 알아야 한국에서 롱런하는 프로젝트 매니저가 될 것이다. 물론, 난 다른 이유로 프로젝트 매니저를 그만두었다. (절대 이게 싫어서가 아님)
 
그렇기 때문에 나의 그들에 대한 이해는 바로 16년 이상의 영어 학습이 우리 모두를 망친 것이라는 주장에서 시작된다.
 
이런 피드백을 받으면 어떻게 해야 대체 어떻게 해야하느냐... 그것이 궁금하다면... 정답은 없다.
빠른 사과를 해야 한다. 이것은 이래서 이랬고, 저것은 저래서 저랬고, 그것은 그래서 그랬다며 따지기 시작하면, 그들의 분노 게이지만 채울 뿐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이런 순간부터는 번역 결과물과 그 피드백이 중요한 것이 되지 않아버린다. 현재 상황에 집중해야 한다.
 
사과 후 수정본을 보내드린다고 약속하고, 보내주신 피드백은 모두 완벽하게 반영하겠다고 약속도 해야 한다. 이때 그들은 살펴보시고 이상한 부분은 그냥 넘겨주시라고 하기도 한다... 믿지 말라... 한두 개 빠뜨렸다가는 그 부분이 가장 중요했다고 할 수도 있다...
 
수정본을 준비하는 과정에 잊지 말아야 할 부분은 여느 직장에서처럼 결과물의 외양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드라마에서 부장님에게 보고서를 제출한 후 여러 장의 A4가 흩날리는 장면을 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이후에 폰트나 줄 간격, 글자 간격 등을 수정하기만 해도 내용의 변경 없이도 부장님께서는 너그러이 진작 이렇게 해야 했다고 격려해 주시는 장면까지 이어진다. 바로 이거다. 수정본에 번역 수정만큼 중요한 것이 이런 부분이다.
 
폰트를 바꿔보고, 들여쓰기는 잘되었는지, 조금 더 보기 쉽게 가독성이 상승될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 잘 살펴보라. 할 수 있다. 아니, 해야만 한다. 그래야 추가 피드백 과정을 겪지 않게 될 것이다.
물론, 일반 문서인 경우에만 이러한 DTP적인 요소에 신경을 쓰면되고, 원본 형식을 유지해야 하는 경우에는 이럴 필요까지는 없다.
 
모든 준비가 완료되면, 과감하게 친절한 자세로 이메일을 작성하고 파일을 첨부하고 잘 받으셨는지 전화로 확인까지 해준다.
이제, 퇴근해라. 다음 일은 다음에 생각하자.
 
 
번역 문의: gghksgg@gmail
웹: https://flyingfingers.modoo.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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